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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사진관/국내

2021년 11월, 강원도 동부 여행 ①

제게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 아니 그걸 넘어서 여행을 정기적으로 안 가면 숨 넘어가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4년 전에 유럽-일본 세계여행을 7주간 다녀왔었는데, 그때도 이 친구와 함께였거든요.

그 여행에서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신묘한 능력을 하나 갖게 되어서 비둘기 친구, 닭XX 친구라고도 부르죠 (?)

이 내막은 그 시절의 사진을 올릴 때가 되면 다시 썰을 풀어 보겠습니다.

 

여하간, 그 친구가 다시금 여행병이 도지면서 저도 엉겁결에 동행 겸 운전기사(?)가 되었습니다.

강릉, 속초, 평창 등등 강원도 동부를 구석구석 훑으면서 다닐 예정이었다 보니, 차를 렌트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에겐 운전 면허가 없었기에, 제가 운전을 도맡아 하게 되었지요.

얼마 전에 이 친구가 별로 없는 시간을 무슨 수로 쪼갰는지 면허 학원을 등록했다더군요.

다음 혹은 다다음 여행부터는 운전도 번갈아 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강릉까지는 KTX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당시 불과 3개월 전에 신규 도입된 KTX-이음을 타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서울에서부터 차를 타고 가면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제가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것 + 차량 렌트 비용도 제법 비싸지는 점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여하간 그렇게 사흘 간의 동선과 계획, 숙소까지 친구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철저하게 짜 놓은 뒤 11월 5일 오전 7시쯤 집을 나서,

청량리역에서 8시 조금 넘은 시각에 열차를 탑승하게 됩니다.

 

석 달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KTX-이음

여담으로 신형 객차답게 좌석마다 콘센트는 물론이고 무선 충전 수납함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제법이다 싶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핸드폰을 9월에 LG V30 ThinQ에서 삼성 갤럭시 Z 폴드3로 바꿨는데,

무선 충전 수납함에 폴드가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펼치면 크기가 커서 안 들어가고, 접으면 두께가 두꺼워서 안 들어가고...

문명의 정수를 쓰면서 문명의 정수를 쓰지 못하는 그 꼴이 너무 웃겨서 친구한테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는데,

어디로 유실되었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아쉽...

 

서울을 벗어난 직후 이름 모를 강을 건너며

날씨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물론 저는 쾌청한 날도,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다 좋아하지만... 확실히 사진을 찍는다든가 할 때는 쾌청한 날이 더 좋으니까요.

출발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금 이동하면서 보니까 저렇게까지 흐려지더군요.

카메라 설정에서 위치 태그를 켜지 않아서 정확히 위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도착 20분 전.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가을의 시골 풍경

그런데 강원도에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아마 서울 쪽에만 구름이 끼었거나, 이동하는 동안 구름이 남하한 것 같아요. 도착 직전에는 흠잡을 데 없는 날씨가 되었죠.

덕분에 도착하고 나서는 저나 친구나 모두 싱글벙글했습니다.

 

동행한 친구는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자원봉사자로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친구가 일과 끝나고 잠시 쉬는 때가 있어서 한번 놀러가느라 강릉역에 한번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물론 전세계인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 적과 그냥 강원도의 좀 붐비는 역 1일 적을 비교하면 당연하겠지만요.

 

수호랑과 오륜기, 그리고 구안와사 온 반다비

그래도 이 조형물만큼은 그대로여서 반가웠습니다.

 

근처에 있는 렌트카 업체에서 차를 찾아서, 첫 목적지인 물횟집으로 향했습니다.

여담으로, 이 여행의 컨셉 자체가 친구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쫓는 추억 여행 겸 식도락 여행이다 보니 대부분의 행선지가 뭘 먹는 곳입니다. ㅋㅋㅋㅋ

 

01234

근데 여기 어디더라... 되게 유명한 곳이라고는 하던데

제가 회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맛이 있긴 했는데 금방 질리는 맛이었어요.

오히려 물회보다는... 저거 술국이었나? 저게 더 구수하니 맛있더라구요.

 

그래도 해안 지역을 여행하는 묘미는 바다 보는 맛 아니겠습니까.

운 좋게 창가 바로 옆 좌석에서 밥을 먹게 돼서 바다 구경은 첫날부터 실컷 할 수 있었어요.

 

오리도 있네요

첫 끼니를 그렇게 해결하고, 친구의 추억 여행 1탄으로 강릉 올림픽파크를 향했습니다.

얼핏 올림픽과 관련된 시설 일체를 철거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다행히 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부지 등은 남아 있더라구요.

그 중 아이스 아레나는 올림픽 뮤지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열고 있질 않았습니다.

저 당시에는 미완성이었던 건지, 아니면 임시 휴관이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을 썩 자세하지 못하게 고지해 뒀던 것을 보면 미완성이었던 것도 같네요.

건물을 둘러 주차장 부지만 기웃거리다가 더 볼 게 없겠구나 하고 자리를 뜬 뒤, 카페 거리로도 유명한 안목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ANMOK해변

안목해변은 4년 전 친구가 강릉 시티투어를 시켜 줬을 때도 왔던 곳이에요.

원래는 점심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들렀지만, 해변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요?

 

개같이 입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여벌 옷이 없어서 몸을 담그지는 못하고, 아쉬운 대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 밑단이 젖는 정도까지로 만족했습니다.

 

몇 번을 봐도 동해바다는 참 예쁜 것 같아요.

물론 '물놀이'의 시각으로 보면 저는 바다보다는 산의 계곡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개운하게 정취에 젖을 수 있는 건 역시 바다죠.

 

왼쪽이 저, 오른쪽이 친구입니다.

친구는 벌써 그림자에서부터 미남의 냄새가 나죠? 아쉽게도 실물은 미남이 아닙니다. 그림자만 미남이에요 (?)

 

차를 주차한 곳 근처의 개수대에서 발을 씻고, 4년 전에도 갔던 그 커피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따 유명인 많이 왔다

카페 이름은 지금도 모릅니다. 심지어 위치조차 모릅니다. 외관도 모릅니다. 그저 친구가 이끄는 대로 갔어요. ㅋㅋㅋㅋㅋ

모르면 아는 사람한테 일임하는 게 편합니다. 친구도 자기가 아는 데로 이끌어가는 걸 좋아하구요.

어쩌면 둘의 스타일이 이렇게 맞아서 자주 여행을 함께 다니는 걸지도요.

 

라떼는 말이야

처음 왔을 당시에는 사람이 많았던 건지 추워서였던 건지 닫혀 있던 루프탑이 이번에 갔을 땐 열려 있더라구요.

무당벌레 둘은 자연스레 제일 높은 자리에 이끌려 기어올라가게 됩니다.

 

Latte is Horse

다행히 컵에 카페 이름은 적혀 있군요. 포스팅 끝나면 다시 까먹겠지만, 여튼 저기서 커피를 마셨어요.

사진의 경우는 그냥 초점을 커피에 맞춰 두고 접사하듯 찍어서 뒤쪽을 날렸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폴드에 아웃포커스 기능 있는데 왜 그걸 안 썼지... 심지어 이틀 뒤엔 그 기능 써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친구가 음료를 가지고 올라오고, 제가 먼저 루프탑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음료 나오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저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상통화 자체를 거의 안 하다 보니 더욱 기억에 남는듯... 바다 구경 대리만족 좀 시켜 주고 안부 묻고

나중엔 둘이서도 한번 바다 보러 오자는 약속을 했더랬죠. 그리고 그 약속은 개같이 멸망 중입니다 (?)

언제 가지...

 

유럽 여행을 갔을 당시 산토리니를 가고 싶었는데 동선이나 일정 상 가기가 어려워서 결국 불발이 났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못 간 산토리니를 강릉 와서 가 보게 됐네요 (?)

 

이루 말할 수 없을 경악스러움을 자랑하는 색조합

카페인에 약한 저는 너무 많이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자기에

두 번째 음료는 에이드로 시켰습니다. 무슨 에이드였는지는 가물가물한데...

 

그리고 소화도 시킬 겸 정동진 쪽으로 이동하여 해변을 거닐기로 합니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는데 모래사장으로 움직였더니 제법 힘이 들긴 하더라구요.

정동진역 주차장에서 모래시계 공원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주문진으로 이동합니다.

저녁 메뉴는 예전에 식구들이랑 같이 한 번 먹으러 온 적 있는 복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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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좋아하지 않는 저라도 복어 회는 참 쫄깃하니 맛있어서 마음에 들어하기도 했고

흔히 먹을 수 없는 (특히 서울에선) 메뉴였기에 친구에게 먹어보지 않겠냐고 권했던 메뉴였죠.

아무리 산책을 했어도 기본적으로 차로 다니다 보니 배가 불러서 이 뒤에 매운탕까지는 먹지 못했지만

나중에 그 매운탕의 맛이 절반은 너구리 라면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한편으론 안 먹은 게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ㅋㅋㅋㅋ

 

그렇게 성대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친구가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를 하던 시절에 묵었던 곳이자 올림픽 공식 숙박업소로 지정되기도 한 평창 알펜시아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이었습니다.

숙소에 비용을 좀 투자해서 고오급 호텔로 잡았더랬죠.

 

5성급 호텔답게 초입부터 으리으리하군요.

 

사실 지은 지는 좀 된 탓인지 TV가 무려 Xcanvas였던 걸 제외하면

객실 내부도 제법 번듯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호텔도 친구의 추억 여행의 일부 파트였기에, 간단히 짐을 풀고 숙소 주변 구경에 나섰습니다.

 

부지도 상당히 넓고, 여가 시설도 제법 구색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날은 이미 배불리 먹기도 했고, 다음 날 일정 소화를 위해 산책만 하기로 한 거라 이용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래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 모루겟소요...

이걸 볼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여기에 있었군요...

얘네 본명은 '총알맨들'이라면서요? 이름을 알고 봐도 이 작품의 의도나 시사하는 바는 모루겟군요.

 

여행 첫 날의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여기가 고지대라서인지 시내에 비해서 제법 기온이 쌀쌀하고 심지어 영하로도 떨어지더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객실 내부에는 난방을 너무 빡세게 돌려서 잘 때는 반대로 더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숙소에 좀 실망을 했었는데, 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썰을 풀게 되겠네요.

그런데 사진을 보여드리려고 만든 게시판과 글인데, 어째 뻘소리가 좀 많은 것 같기도?

다음부턴 말을 좀 줄이고 사진만 보여드리는 게 나으려나요? 저도 글 많이 쓰려면 귀찮은데 (...)

여하간 이 여행의 다음 에피소드든, 다른 소소한 일상이든 조만간 또다른 사진들을 들고 오도록 할게요.

그럼 모두들 안경!

 

𝕭𝖊𝕲𝖊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