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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사진관/국내

2021년 11월, 강원도 동부 여행 ③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그 때의 희열과 설렘은 유달리 오래 남는 느낌입니다.

물론 친구가 자원봉사자라는, 올림픽을 만든 또다른 주역이었다는 점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

실제로 이 친구가 봉사 업무가 없는 휴일에 저를 평창으로 초대해서, 당시 굉장히 활기차고 북적이던 경기장 부지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켜 줬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사실 생생한 이유가 비단 난생 처음 보는 구경거리만은 아니었고, 그날 강릉행 KTX에서 갑자기 목에 담이 오는 바람에 (...)

첫 번째 글에도 올렸지만, 지금 그 곳은 경기장 건물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이 되어 버렸지만요.

 

원래는 이날 절터를 둘러본 뒤 바로 한우 식당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올림픽 기념관이 끼어 있길래 겸사겸사 들르게 되었죠.

 

사실 여기도 마치 백룸 마냥 번듯한 건물과 구조물에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이질적인 공허함이 감돌았었어요.

그래서 박물관처럼 여기도 운영을 안 하는 줄 알았습니다.

 

건물 사이로 보니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터와 성화대가 보였습니다.

저 바로 아래에서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김연아 선수가 등장했을 때의 그 전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주최진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계 올림픽의 종목들 중에서 가장 전세계적인 족적을 남긴 선수라면 단연코 김연아 선수일 텐데, 마지막 성화대를 향해 오르는 주자가 하필이면 당시 정부의 색깔(?)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소속의 2인 주자였거든요.

성화봉을 둘이 함께 쥐고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 둘이 마지막 주자일 줄 알았어요. 물론 남북 간의 교류, 화합을 중시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교류, 화합의 장에 어울린다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김연아 선수를 성화 봉송 주자로 빼먹을 수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웬걸, 마지막에 성화대 주변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켜짐과 동시에 김연아 선수가 나타났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상을 했다더라구요? 마지막 주자로 김연아가 나왔을 거라고... 그래서 좀 김빠지긴 했는데, 이렇든 저렇든 저에게는 그 순간이 참 벅찼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개막식 일본 반응 모음집에서 저 순간에 "여기서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와 점화"라고 드립친 사람이 있었다는 후문을 보고 뿜음

 

아무튼 그렇게 건물 부지를 돌아다니다 한켠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했어요.

 

조명도 예쁘게 켜놓고, 안쪽에 등도 켜 놓은 걸 보니 운영을 하긴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들어가 봤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왼편에는 올림픽 경기장 부지의 모형이 있네요.

 

입구 쪽에만 있나 싶던 포인트 조명이 실내에도 계속 이어져 있다

입장료는 무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이언맨 스켈레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제법 볼거리가 많게 잘 꾸며놨었습니다.

방문 당시에도 내부 공사를 하는 구역이 있더라구요. 아마 지금 가면 더 볼거리가 많아졌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림픽의 역사를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영상관도 있더라구요. 일부 촬영하긴 했는데, 이건 현장에서 보셔야 할 거에요.

 

특히 자칫 놓치고 가기 쉬운 자원봉사자에 대한 내용까지 한 구역을 지정해서 갖춰 두고 있었는데 (위에서 말한 영상관 바로 직전)

당연하게도 친구 녀석은 그 앞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 시절로 상상 여행을 다녀왔겠죠?

 

그렇게 생각 외의 경험을 만끽하게 해 준 기념관을 뒤로 하고 원래 목적지인 한우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친구가 미리 알아봐 둔 곳이었는데, 규모가 상당합니다.

 

한쪽에는 연못과 물레방아도 있네요.

 

그리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석양. 이런 걸 볼 때마다 자연의 위용은 그저 대단한 것 같아요.

 

고기를 고를 수 있는 정육점 구역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크진 않았습니다.

여기서 먹고 싶은 고기 부위를 골라 결제한 뒤 식당 구역으로 가서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었어요.

정육식당이라는 곳 자체를 잘 안 가봤어서 나름 신선하더라구요. 여러모로.

 

높은 등급의 고기는 인파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렸고, 그나마 이거 한 종류가 남아 있길래

육질을 중요시하는 친구는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이것만 우선 집어왔습니다.

 

물론 당연히 부족했어서 중간에 친구가 한번 더 내려갔었는데, 다행히 고기가 새로 나왔는지 1++ 등급을 하나 더 주워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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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 한번 곱다

원래는 소보다 돼지파이지만, 이런 데까지 와서 먹는 데다 육질도 최상급인 이런 녀석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다르죠.

심지어 이 고기는 친구가 사고 굽는 것도 친구가 구워 줬습니다! 남이 사주는 소고기 최고!

친구가 저 이상으로 고기에 진심인 친구라, 오히려 굽는 걸 늘 자처해요. 자기가 딱 좋아하는 굽는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역시 저 혼자 이런 데서 먹으라면 역시 안 먹을 것 같아요. 너무 비싸요...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이랑 함께라면 몰라도.

그래도 확실히 맛이 남다르긴 했습니다. 흡족했어요.

 

그렇게 포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옛날에 친구랑 같이 유럽-일본 여행을 갔을 때, 홋카이도의 노보리베츠라는 지역에서 온천욕을 했었어요.

그 때의 기억이 진하게 남은 덕에 이번 여행에서도 목욕탕을 가자는 얘기가 나왔죠. 어디에 있는고 하니, 호텔 안에 스파가 있다고 하더군요.

노보리베츠에 갔을 때도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이라는 호텔(료칸) 안에 있는 스파에서 온천욕을 즐겼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토대로 한껏 기대를 부풀렸죠.

심지어 투숙객임에도 1인당 12,000원이라는 과금 컨텐츠(?)라니!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죠!

그렇게 입장한 평창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스파 내부는 과연?!

 

옘병

5성급을 걸고 있는 호텔에 완벽하게 실망하게 된 때가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저 사진에 나와 있는 시설이 이 호텔의 과금 컨텐츠 씩이나 되는 스파의 전부입니다. 전부요.

오른쪽에 있는 열탕 하나, 저 안쪽에 있는 습식 사우나 하나. 끝입니다. 온탕? 냉탕? 그딴 거 없어요. 오로지 열탕 하나입니다.

아, 하나 더 있긴 하네요. 카메라 뒤쪽으로 건식 사우나 하나. 근데 어차피 안 들어갔어요.

 

이딴 시설 이용하는 데 투숙객 대상 한정으로 12,000원을 받아먹는다고?

 

돈이 너무 아까워서 오래 있고 싶어도, 정말이지 너무나도 할 게 없는 저 좁아터진 공간에서 더 있다간 돈뿐 아니라 시간까지 버리겠다는 생각에 30여 분밖에 더 있지 않고 결국 둘 다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저 터무니없는 가격 덕분인지 둘이 들어와 있는 동안 아무도 스파에 오지 않더라구요. 전세 낸 기분이긴 했습니다.

저딴 곳 전세 내서 얻따 써먹냐구요? ... 그러게요?

 

그렇게 붕 뜬 시간을 어디다 또 쓰나 하다가, 전날 밤에 호텔 부지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치킨집이나 피잣집이나 가서 야식 먹을까 하고 다시 둘이서 호텔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워낙 한우 식당에서 든든하게 먹어둔 뒤라 그렇게까지 배가 고프진 않았어요. 거기다 마트 갔을 때 밤에 호텔에서 까먹으려고 순한 술이랑 과자도 사놨거든요. 그래서 막상 나갔는데 땡기지는 않는 그런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파같은 기분으로 산책을 하다가 노래방이 있는 걸 발견합니다.

지금은 방역 수준이 많이 완화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노래방을 안 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친구나 저나 노래방을 세상 좋아한다는 점이었죠. 호텔 부지의 노래방은 사람도 별로 없겠다, 스파 때문에 기분도 스파 됐겠다...

 

들어갔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노래방 기계 자체는 스파답게 오래되었으면서 가격도 비싸긴 했지만, 그런 게 무슨 소용입니까. 꺅꺅 소리지르면 그만이죠!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알뜰하게 무슨 노래 부를지 추려다가 신나게 불러제끼고 왔습니다. 특히 마지막 1분을 남기고 눌렀던 이승기 리메이크 판 '여행을 떠나요'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둘이 열정적인 합창을 했던지라... 그 순간에는 그야말로 모든 근심 걱정이 날아갔다는 걸 느꼈어요. 그 때 이후론 또다시 코로나가 염려되어서 자진 마이크 압수 중입니다만... 노래방 또 가고 싶네요. ㅠㅠ

 

그렇게 노래방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와서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투숙객이 적어서 그런지 호텔 정문을 제외한 출입구는 거의 막혀 있었어서 산책 루트를 따라 건물을 빙 돌아서 왔는데

호텔 앞 호숫가에 물안개가 자욱하게 꼈더라구요?

 

그렇게 이번 여행 최고의 아웃풋 사진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사진은 야간 모드를 사용해서 찍었는데, 물안개가 잘 안 잡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제법 그럴 듯하게 찍혔더라구요.

아침에 찍은 사진과 나란히 두고 보면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왜냐면 아침에 찍은 건 사람이 찍혀 있거든요 (?)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서 가볍게 한 잔을 하고, 영리하게 창문을 살짝 열어둔 채 (?)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거창한데 먹을 것 없는 호텔 조식 말고 부대시설이 있는 곳 중에서 조찬 영업을 하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전날 저녁에 술도 마셨겠다, 뜨끈한 육칼 한그릇 때려 줬어요.

여긴 생각보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더라구요.

 

돌아가는 길에 전날 밤 갔었던 기념관이 또 겹치길래, 괜히 그냥 가기 아쉬워서 한번 더 들어갔습니다.

근데 어제는 그냥 바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갔어서 몰랐는데, 성화대가 있는 광장 내부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게 길이 트여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주 가까이에서 또 찍어 줬습니다.

역시 예쁘네요. 북경오리ㅁ픽이었나 거기 성화대랑은 참 달라요.

 

그리고 친구의 호기심으로 옛 대관령 고속도로 길도 한번 가 보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저의 자만심이 콜을 외치는 바람에 (?)

지옥의 웨이브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래도 경치는 좋았어요. 날씨가 흐린 것만 좀 아쉽네요.

다행히 차가 좋아서 (?) 무탈하게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어이없게도 내려오니까 구름이 좀 걷히던...

 

그렇게 차를 렌터카 주차장에 반환하고 추가요금에 좀 당황한 뒤 (처음 한 번만 내는 줄 알았음), 다시 강릉역으로 와서 집으로 가는 열차표를 끊었습니다.

 

2021년 11월 초의 강원도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돌아와서 친구가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고 건대 오리고기집을 또 데려가서 점심 겸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어요.

역시 끝까지 식도락 여행 ㅋㅋㅋㅋㅋㅋㅋ

 

지난 주는 추석이었어서 일요일에 포스팅을 쉬었는데, 덕분에 흐름이 끊길 뻔했네요. 그래도 어찌저찌 이번 주도 글을 쓰는 데는 성공!

다음에는 무슨 썰을 풀러 올까요- 모쪼록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재밌어하셨으면 좋을 텐데요.

그럼 모두들 안경!

 

𝕭𝖊𝕲𝖊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