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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사진관/국내

2021년 11월, 강원도 동부 여행 ②

2박 3일의 일정 중에서 가장 눈이 즐거웠던 이틀째 날이 밝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면 꼭 첫날에는 잠을 못 자기 일쑤인데, 5성급 호텔인 알펜시아 인터컨티넨탈 호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뭔 놈의 난방을 그렇게 세게 틀던지... 너무 덥더라구요. 심지어 객실에서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찾질 못한 건지 뭔지 불가능하고.

그렇게 개같이 불면, 개같이 조기 기상을 일구어 낸 뒤, 더위를 참지 못하고 일단 바로 창문부터 열어젖혀봤습니다.

 

모닝 대자연을 받아라

창문을 열자마자 11월 평창 산 위의 차디찬 공기가 불어닥치며 달아올라 있던 몸을 식혀 줌과 동시에 따스한 일출이 보입니다.

이걸 보기 위해서 여행을 온 거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처음 계획 당시 이걸 본다는 생각은 쥐뿔도 안 했지만요.

그저 더위만 식히려고 열었던 창문인데, 더위가 가시는 걸 넘어 추위가 느껴질 때까지 일출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쨋날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친구라고 좀더 성의를 들여서 가렸지만 안 들이는 게 나았을 것도 같은 느낌이 드는 뷔페 입구 샷

5성급 호텔답게 뷔페에 먹을 것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별로 먹을 건 없었습니다.

 

...?

 

사실 전날 객실 들어가서 찜통 속에 들어간 샤오룽바오 체험을 했을 때부터 조금 이미지가 깎이긴 했지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호텔 조식도 그 이미지 파쇄에 일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호텔 어메니티 또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유료 추가구매였던 점도요.

물론 고급 호텔은 어메니티가 유료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습니다만...

 

012

뭐 그래도 먹을 건 다 골라 먹긴 했습니다. (...)

 

호텔 정문 앞에 있는 호수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전날 밤에 둘러봤던 호텔 부지를 다시 한 번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대부분의 이동을 차로만 하다 보니 소화를 시키려면 이렇게라도 걸어다녀야겠더라구요.

 

건물 틈으로 보이는 올림픽 조형물
아침에 보니 더욱 좋같은 총알맨들
오션700 앞에 위치한 라바 캐릭터들
신호등 단풍!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호텔에 딸린 카지노도 있더라구요. 외국인 전용일까요?

 

아무튼 그렇게 호텔 산책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가기 전에, 객실 TV는 정말 구리고 볼 것도 없어서 (또 하나의 감점 요소)

HDMI로 폰 화면 띄워주는 미라캐스트 장치를 사러 가장 가까운 42km 거리의 이마트 강릉점을 먼저 갔습니다.

 

느그 서울엔 대형마트 뷰가 이런 데 읎제?

대도시가 인프라 면에서 살기는 좋을지언정, 주변 어디에 눈을 둬도 너무나 폐쇄적이라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드는데

강릉은 마트에서 보는 풍경도 이렇게 탁 트인 게 서울 촌놈으로서는 색다르면서도 기분이 가벼워지네요.

 

그렇게 마트를 떠나 첫 번째 목적지인 월정사로 향했습니다.

 

주차장. 침엽수만 많고 단풍은 별로 안 보인다

주차장에 자리가 별로 없어서 자칫 오래 걸릴 수도 있었는데

마침 바로 앞에서 차 한 대가 자리를 뜨길래 생각보단 빠르게 차를 댈 수 있었죠.

 

금강교
금강교 한가운데에서 바라본 계곡

비록 단풍은 많이 안 찍혔지만, 이날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희끗희끗 보이는 붉은 단풍잎, 예쁘게 펼쳐진 구름, 무지개처럼 보이는 렌즈 플레어 (?), 적당한 개방감 등등...

 

사실 여기까지 왔을 때만 해도 단풍 구경은 운이 좋아야 끝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1월이면 사실 가을은 거의 다 지나갔을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다리를 건너서 절터 가까이 가니 생각보다 단풍이 제법 예쁘게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눈이 시리도록 붉디붉은 단풍잎의 자태

저는 사진을 찍을 때 보정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필터 같은 효과를 집어넣으면 드는 인위적인 느낌을 싫어하거든요. 눈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정확한 사진을 선호하죠.

사실은 그래서 이 때 사용한 갤럭시 Z 폴드3의 카메라 자체가 약간의 색 과장을 하는 편이라 아쉬울 때가 많은데,

이 사진은 과장을 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실제 단풍잎의 색이 저렇게 강렬했습니다.

 

또한 보정 이상으로 싫어하는 게 있는데, 바로 사진 속에 사람이 찍히는 것입니다.

워낙 자연 풍광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인위적인 느낌은 물론 인간 그 자체도 안 나오게 찍는 걸 선호해요.

물론 명백히 인물 사진을 찍고자 하면 군소리 없이 찍긴 합니다만, 그 때도 주인공을 제외한 사람들은 안 찍히는 걸 선호하죠.

그런데 여기 월정사에 왔을 때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절묘하게 사람이 거의 찍히지 않은 사진이 둘 있는데,

이 사진이 그 중 하나입니다. 자세히 보면 한 명 찍히긴 했습니다만, 저조차도 닷새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아챘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제 겨우 여름이 물러가고 태풍 힌남노가 올라오는 중이라 시기가 안 맞지만

이번 가을에도 단풍 구경을 가 보고 싶어졌어요.

 

코멘트는 이제 좀 줄이고, 단풍으로 예쁘게 수놓인 월정사 절터 사진들을 감상해 보세요.

 

팔각구층석탑 (역광 ver)
팔각구층석탑 (측광 ver)
이 건물이 본당이라고 합니다.
사람들만 없었으면 이 사진도 참 마음에 들었을 사진인데, 현실적으로 이 각도에서 사람을 안 찍기란 불가능... ㅠㅠ

아, 이 사진은 코멘트를 달아도 될 듯하군요.

이상하게 절터 주변이 아니면 보시다시피 단풍이 거의 저물어서 칙칙하고 황량한 느낌이 듭니다만,

두 장 위의 사진과 같은 다리입니다. 네, 사람이 한순간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죠.

신나서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더군요.

저 위에 사람 딱 한 명 찍힌 단풍 사진과 더불어, 이 사진도 같은 이유로 애정하는 사진 중 하나입니다.

 

생각지 못한 단풍의 불길을 보고 행복한 눈호강을 즐긴 뒤, 월정사보다 더 높이 있는 두 번째 목적지인 상원사로 이동합니다.

 

너 왜 이렇게 가까이 있냐
구ㄱ... 아니 까까

올라와서 보니 웬 까마귀가 난간에 앉아서 멀뚱하니 쳐다보고 있더군요.

사진을 찍고 좀더 가까이 가니 도망치듯 날아오르긴 했는데, 바로 위에 있는 나뭇가지로 올라앉는 게 보통내기가 아닌 듯 (?)

 

상원사는 주차장에서도 제법 깎아지른 곳에 위치해 있어서 약간의 경사를 올라야 합니다.

번뇌를 충분히 빼고 올라가서 상원사를 마주합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웅장한 상원사

안타깝게도 단풍다운 단풍은 여기까지가 끝이었습니다. 이보다 높은 곳은 좀 황량하더라구요.

 

그럼 이번에도 코멘트를 잠시 줄이고,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웅장한데 막막함도 느껴지는 (?) 돌계단
공들인 모자이크 시즌2
봉황!

그 구려먹기로 유명한 갤럭시의 인물 사진 모드를 처음으로 써서 찍은 사진입니다. 피사체는 풍경이에요.

풍경이 매달린 줄도 뭉개버렸는데, 사실 뭐 그 정도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분위기 있게 잘 찍혔어요.

 

상원사 안에 신기하게 카페가 있더라구요.

이날 저녁에 한우를 먹기로 했는데, 그걸 위해 배를 비워둘 필요도 있을 것 같고 시간도 애매해서 점심을 거르고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씩 했습니다. 저는 유자 냉차를 마셨는데, 친구는 뭘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렇게 사찰 구경을 마치고, 다시금 친구의 추억 여행을 하러 평창 올림픽 기념관으로 향하는데...

이 뒤의 사진은 앞서 보여드린 사진들과 분위기가 상이하므로 다음 포스팅 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요일은 보통 제가 하루종일 안경원에서 혼자 근무하는 날이다 보니 이럴 때 포스팅을 주로 하게 되네요.

물론 작성하다 손님이 오시면 중단하고, 일거리 생기면 중단하고, 밥 먹느라 중단하고... 하느라고

소요 시간은 제법 긴 편입니다. 이 글도 두 시간 이상 걸려서 쓰고 있네요.

눈이 약간 빠질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모처럼 새단장하고 이사 왔는데 글을 쓰긴 써야죠... 그래도 코멘트는 좀더 줄여도 될 듯 (...)

이번 포스팅부터는 슬슬 자랑할 만한 사진들이 나오는군요. 다음에도 예쁘고 멋진 사진들 자랑하러 오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안경!

 

𝕭𝖊𝕲𝖊𝖒